세미콜론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인터뷰이는 우연히 니트 레터를 알게 된 예리님! 미국에서부터 날아온 예리님의 공백기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인생 첫 공백기를 맞이한 예리님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요? |
안녕하세요 예리님! 만나서 반가워요😆 어떻게 알고 신청하게 되셨어요? |
우연히 구독 추천해 주는 어느 한 블로그에서 니트 레터를 발견됐는데, 다른 이메일 구독 서비스와는 다르게 특이하고 또 궁금해서 구독신청을 해놓고 매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시즌 1이 끝난 거예요. 그래서 니트 레터 사이트에 들어가서 지난 니트 레터들 다 읽고 아쉬워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시즌 2 새롭게 시작하고 인터뷰이도 구하신다길래 '한 번 신청해 볼까?' 했는데 뙇-✨ 돼서 일이 커진 건가? 하면서 조마조마했는데 인터뷰까지 하게 됐네요. |
신청해 주신 분들은 모두 만나야죠!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다시 오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오랜만이신데 어려운 점은 없어요? |
중간중간 한국에 와서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나이가 30대 중반이니까 그동안 미국에서 해왔던 일들은 전부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한국으로 넘어와서 청년 혜택 같은 걸 받으려고 해도 세금 기록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이에요. 그나마 가족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알려주는 정보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한국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뭔가요? |
미국은 20살 때 어학연수로 갔다가, 잠시 들어와서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가서 학교 다니고 일하면서 12년 정도 있었어요. 일을 하다가 코로나 터지면서 재택으로 전환되고, 그 일이 미래가 안 보여서 간호 쪽도 조금 공부했었거든요. 근데 너무 어렵고 사람들이 "미국 간호사 돈 잘 번다더라" 하길래 했는데 저 완전 문과거든요.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하면서 하다가 이제 해부학을 듣는데 거기서 '나는 안되겠구나, 괜히 남의 자리 뺏지 말자'해서 그만뒀어요. 내려놓고 뭘 하지 하다가 딱히 제가 미국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가족도 다 한국에 있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다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오라고 하셔서 들어왔어요. 아예 귀국한 건 5월 초에요. 이제 두 달 정도 됐어요. |
네. 코로나부터 시작해서 사실 그때는 학교를 다녔는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고, 타의적으로 외출을 못하니까 백수 아닌 백수가 되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게 쭉 이어진 거죠. 사실 일을 미리 구해두고 들어오면 제일 좋은 시나리오인데 저는 쉬고 싶었어요. |
조금 낯설어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이러진 않아요. 한국 들어와서 바로PT 끊어서 하고 있고, 쉬기도 해요. 재미있는 행사 같은 게 있으면 참여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지내면서 영어를 했으니까 그걸로 새로운 걸 해볼까 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자격증이 필요해서 한 번도 안 봤던 토익시험을 보기도 하고. |
바쁜 하루하루네요💦
혹시 미국에 계실 때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해서 스타디움에서 일했어요. 근데 오래 일하진 못했어요. 비정규직이었던 것도 있고 제가 외국인이니까 스스로도 좀 움츠러들기도 하고, 인맥 같은 것들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더라고요. 그만둔 다음엔 다른 일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살았어요.
10년 넘게 해외에서 사는 동안에는 항상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쫓느라 진짜 내 인생의 가치,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에 대한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그 경험과 지식을 쫓는 게 나의 정체성이고 그것들이 내 인생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착각을 하며 살았네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깨졌고 저는 당연히 가족과 친구와 내 커뮤니티가 있는 한국행을 선택했고요. |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번역이나 통역도 좋을 것 같고, 학원 강사도 있고, 의료통역사라는 것도 있더라고요. 영어를 사용했고, 간호도 조금 배웠으니까 도전을 해볼까 싶기도 하고. 요즘은 이북도 많이 출판한다고 해서 그것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제일 큰 프로젝트에요 이북 만들기가. |
영어 교육책까진 아닌데, 제가 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랑 겸사겸사해서 쓸 수 있는 영어 문장들을 알려주는 책을 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근데 그런 콘텐츠가 워낙 많아서 저만의 차별점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
아니 몰랐는데요, 제가 영어를 좋아해서 어학연수를 미국으로 갔어요. 미국에 가면 영어를 계속 쓰잖아요. 그럼 이제 그다음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영어 쓰면서 미국에서 살고 싶어' 이것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이상의 목표가 없고, 자아실현이 멈춘 느낌이고, 이길이 맞나, 정체되어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근데 막상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까 영어 가지고 자아실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계속 스스로 흥미를 던질 수 있는 거 있잖아요. 주변 분들도 영어로 어떻게든 벌고 살 수 있을 거야라고 희망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그러면 해보자!"👊 |
그럼 예리님이 생각하는 공백기는 어떤 시기인가요? |
일을 하지 않는 시기. 왜냐면 일을 해야 사람이 돈을 벌고, 그래야 사람도 만나고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게 다 끊기면, 나 갈 곳도 없고 이유도 없어지고 그래서 약간 겨울잠 자는 시기 같은 느낌이에요. |
만약에 일은 하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와요. 활동을 할 수 있을만한.
그러면 공백기가 아니라고 느끼실 것 같나요? |
네. 저는 그럴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니까. 모든 것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돈이 많은 걸 가능하게 해주잖아요 사실은. 돈이 있어야 사람도 만나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배우고 하는데 없으면 나갈 때 계속 신경을 써야 되잖아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오 그렇군요. 언젠간 예리님의 공백기도 끝날 텐데,
그 후에 나의 인생의 모습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지향점이 있으신가요? |
오 좋은 질문인데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공백기가 끝났을 때는 제가 일이든, 뭐든 다시 생활을 시작해서 사람들하고 좋은 인연을 잘 이어가서 선한 영향력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
마음을 쏟고 싶은 곳에 온전히 쏟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으신 건가요? |
네. 그것도 하나의 자아인 것 같아요.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해야 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를 소개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의 직업도 저에게는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사람들을 처음 만나고 저를 소개할 때 그냥 "백수에요."라고 말하는데 그럼 그것만 듣고 저를 판단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대화가 끊길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내가 이런 일에 열정이 있고, 이런 일을 하고 있고, 그럼 또 그걸 토대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수도 있고. |
이야기를 듣다보니 예리님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
예전에는 몰랐는데 미국에서 살 때는 문화 자체가 개인주의여 가지고 회식이나 이런 게 없었거든요. 해봤자 크리스마스나 그런 휴일 정도? 저도 내향형 인간이라서 좋았는데 한국 와서 보니까 그동안 정도 그리웠고, 오지랖을 펼치지 않는 한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고. 단골 가네 나 친한 사장님 이런 걸 구축하고 싶어요. |
미국에서 정착해서 살았지만, 마음은 정착하지 못하신 것 같은..🥲 |
외국인이라는 게, 초반에는 못 느꼈는데 점점 여기서 일을 해야 되고, 생활을 해야 되고 하는데 그게 점점 벽이 크게 다가오는 거예요. 항상 아시안 여자고, 영어를 못할 것 같은데 하네? 근데 일은 잘 할까? 이런 것들을 항상 뚫어야 하는 거예요. 근데 어느 순간 그게 지치더라고요. 그걸 잘 해나가는 사람들은 거기에 정착해서 잘 사는데 저 같은 사람들은 아예 다시 돌아오는 거죠. |
조심스럽지만, 돌아오기로 결정한 것은 되게 잘한 선택 같아요. |
네. 저 너무 행복해요. 미국 생각이 하나도 안 나요. |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니, 너무 잘 됐어요👍
혹시 공백기때 새롭게 시도한 것도 있으신가요? |
운동이요🏃♀️ 원래 운동하는 거나 야외활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규칙적으로 하진 않았거든요. 근데 수업을 집에서 듣다 보니까 겨우 몸을 일으켜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숙제도 하고 나면 그냥 계속 누워서 핸드폰을보는 거예요. 유튜브 보고 한국 거 예능 같은 거 보고. 계속 그러니까 지켜보던 룸메이트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다른 거는 안 해도 되니까 밖에 나가서 10분이라도 햇볕을 쬐고 걸어라 그 얘기를 해줬는데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더라고요. 스스로 돌이켜봤을 때 약간 비참한 기분이 들었어요. 무언갈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날 위한 일은 한 개도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운동하면서 그시간 동안 온전히 저에게 집중할 수 있고, 근육통이 오고 하면 오늘은 뭘 했다는 게 느껴지니까 되게 뿌듯해요. 운동에 가지 않는 날은 공원을 걸어요. 음악 들으면서 걸으면 제 세상 같아서 좋아요. |
제일 큰 건 여행🏝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음식?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많이 못했으니까 한국 와서 많이 먹어야지 했는데 뭘 먹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식욕도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음식 자체가 주는 기쁨이 좀 작아진 것 같기도 해요. |
공백기가 끝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나요? |
공백기가 아닌 시간을 보내는 지금, 공백기에 이런걸 할걸😭이라고 후회되는 것이 있나요? 아니면 지금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해봤으면 좋겠는 것들은 뭐가 있나요? |
자면서 꿈을 꾸잖아요. 지금은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꿈꾸고, 할 수 있으면 시도해보고 해보고. 저는 "late bloomer"라는 말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꽃이 늦게 피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대별로 과업처럼 뭘 해야 한다, 뒤처지면 안된다 이런 압박이 있지만, 다 자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
인터뷰 잘 보셨나요?
나도 인터뷰 하고 싶어요! 라고 생각한 분들은 아래의 링크로 신청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작은 선물도 드려요 만관부💕 |
니트생활자 neetletter@neetpeople.kr 서울시 중구 다동길 5 광일빌딩 1003호 02-318-1015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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