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날 이 느낌 이대로🎵 선선한 가을이 찾아온 것 같더니, 다시 더위가 그 자리를 찾아왔네요.
다시 찾아온 더위처럼, 이번 레터는 다시 공백기를 맞으신 보라닝님을 만나봤어요.
사진으로 운동화가 등장한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운동화는 어떤 길로 인터뷰를 이끌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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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라닝님! 이제 거의 공식 질문이 되었네요. 니트레터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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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니트(NEET)'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생소해서 찾아보게 됐어요. ‘이 사람들은 백수인가, 프리랜서인가, 아니면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프리터족’과 어떻게 다른지도 알고 싶었어요. 니트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싶었던 거죠. 답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니트레터를 알게 되어 구독하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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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레터와의 인연이 생각보다 길군요! 인터뷰는 어떻게 신청하시게 되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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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레터 구독 후에 메일을 읽으면서 신청하고 싶었는데, ‘내 얘기가 흥미 있을까?,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어요. 그런데 이전 인터뷰이셨던 예리님의 이야기가 제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에 나랑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솔직히 충동적으로 한 것도 있어요😂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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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보라닝님도 외국 생활을 하신 적이 있나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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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학연수 한 번, 회사 생활 두 번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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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1년을 다 채우고 한국에 귀국하려고 했어요. 기왕 버틴 거, 3개월만 더 버티고 퇴직금을 받은 후에 퇴사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좀 더 일찍 나오게 되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계속 버텼다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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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이랑 경영지원을 했어요. 최근까지는 외국어 강사를 하다가 요즘은 마라톤🏃♀️ 준비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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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회사 생활 중에 처음엔 권고사직 당했고, 다음에는 퇴사했어요. 첫 회사는 회사 사정 때문이었고 두 번째 회사는 술이나 담배, 특히 운전을 못하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제 생활에도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었고, 그 외의 사정도 있어서 퇴사하게 되었어요.
그때의 저는 모든 스트레스를 이른바 ‘플렉스💸(flex)’로 풀었어요. 월급을 받으면 계획적으로 썼어야 했는데, 당장 쓰기에 급급했어요. 마사지도 받고, 네일도 받고, 비싼 호텔 가서 음식 먹고.. 그러다 한국에 와서 통장을 보니 남은 게 없었어요. 비단 돈 뿐만이 아니라, 당시에는 그 회사에서 보냈던 시간들 자체가 저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인들은 "너 그런 곳에서도 버텼구나, 대단하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말해주었어요. 그런데 당시엔 부정적인 생각에 더 사로잡혀 있어서, 그 말들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를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혹은 ‘나를 그렇게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그 시간들이 마냥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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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좋지 않은 방법으로 체중 감량을 해서 최근에 다시 요요가 왔어요. 체지방이 저에게 다시 찾아와 🧚♂️ : “다시 살을 찌우거라”라고 말하는거죠ㅎㅎ 그런데 이전과 달라진 게, 이젠 2~3일이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슬슬 찜찜해졌어요. 좋은 현상인데 이상하게 저는 짜증이 났어요.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변한 게 싫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마라톤 대회를 나가보자!”라고 생각해서 신청했어요.
사실 기록이 좋지 않거나, 완주에 실패할 거라는 건 알고 있어요. 누군가에겐 5km 달리기가 쉽겠지만, 저는 0.5km 헉헉거리면서 뛰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냥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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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준비하시는 거예요? 러닝 크루 같은 곳에서 같이 준비하기도 하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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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크루에 들어가기엔 매일 연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혼자 연습하면서 ‘내 상태는 이렇구나’라고 몸 상태를 체크해 가면서 하루하루 준비하고 있어요. 어차피 성공하고자 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계기를 만들려고 하는 거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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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계기요. 도전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게 되면, 그 이후로는 새롭게 태어난 것 같고, 제 시야가 더 넓어져요. 그 일의 성공과 실패에 관련 없이요.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삶에 대한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번지점프를 했어요. 사실 이건 사고가 나도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잖아요. 제가 스스로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과는 오롯이 제 책임인 거예요. 뛰어내리면서 무섭기도 했지만, 그 때 이후에는 나 자신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새로워졌어요. 그런 경험들이 주는 깨달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는 스카이다이빙🪂을 꼭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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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강사 일은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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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어요. 수입이 없을 때 지인이 재능기부 플랫폼을 추천해 줬어요.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이걸 가르치는 사람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등록했어요. 다른 사람을 가르쳐본 경험도, 가르치는 방법도 배운 적 없는데, 그냥 등록했어요.
등록한 후에도 사실 ‘누가 신청이나 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신청하신 분이 있었어요. 제 첫 학생님💜이신 거죠. 수업 신청을 받은 후에는 마음이 좀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대가를 지불하고 라테 제조법을 배우는데 제가 잘 가르쳐주지 못하면 불만이 생기게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분은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저에게 돈을 지불하고 수업을 신청했는데, 제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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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조금 걱정이 되셨나봐요.
혹시 그런 피드백을 받으신 적도 있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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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는데, 없었어요. 더 감사했던 건, 그분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계기가 됐어요. “왜 플랫폼에 리뷰가 하나도 없어요?”라고 물어보셔서 “저는 리뷰를 유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이 좋으셨다면 좋게 써 주시는 거고, 아니면 써주시지 않으셔도 되죠.”라고 답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바로 리뷰를 써 주셨어요. 이 선생님의 수업은 장점이 무엇이고, 학생이 무엇을 얻어 갈 수 있고, 이 가격의 수업 퀄리티가 믿기지가 않는다 등등 많은 내용을 담아서요. 그분의 리뷰 때문에 이후에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유입이 되고, 유입된 분들이 또 긍정적으로 리뷰를 써주시고 계세요.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죠. 그래서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는데,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그 리뷰들을 꼭 봐요.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죠. "그래, 오케이 가자!!"라는 식이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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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분이 은인이에요. 혹시라도 부정적인 글을 남기셨다면 ‘역시 내 한계는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의 긍정적인 리뷰를 보니까 ‘그래도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 이후로 교수법 연구까지는 아니지만 수업 전에 공부나 시뮬레이션 등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등등을 늘 생각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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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공백기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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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순하게,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가 없어서 공백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미 한 번의 공백기를 지났고, 두 번째 공백기를 보내려니 가끔은 갑갑하고 힘든 것도 있어요. 취업을 해야 하는데 나이도 많고, 예전 근무 경력들을 증명할 수 없어서 인정해 주지 않더라고요. 그런 여러 장벽들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다시 맞이한 공백기를 잘 보내고 있다고, 저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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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공백기를 보내본 적이 있으시군요.
그럼 지금과 예전의 공백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어떤 점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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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공백기와 30대의 공백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30대의 공백기인 지금이 저에게 필요한, 진정한 공백기라고 생각해요. 20대의 공백기에는 '나는 아픈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어요. 30대로 접어든 지금에는 '난 지금 괜찮아, 스트레스? 네가 뭔데!’라는 생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어요. 한결 여유로워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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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공백기라고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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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공백기에는 질문하기 바빴어요. “나는 뭘까?”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고, 답했어요. ‘사실 나는 아픈 건가?’ 등 마음의 병에 대한 고민들이나, ‘이 일이 싫은데, 경력 때문에 이 일을 해야 하나?’ 등 앞날에 대한 고민들 등등.. 20대의 공백기에는 ‘안갯속의 나’를 찾고 또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반대로, 30대의 공백기에는 "알게 된 나"와,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작은 답을 찾았기에, 답을 완성하기 위해 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사전 연명치료 거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어요.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20대의 공백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30대의 공백기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나. 그 차이인 것 같아요. 뒤돌아보니 20대의 공백기에도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왔기에 30대의 공백기에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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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닝님에게 공백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기'에 가깝군요.
정해진 일은 없지만 이런 장점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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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어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요. 그런데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2~3일 동안이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찜찜하다는 점..?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건 ‘나에 대해서 신경을 쓰자!!’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지니까요. 시간이 지났다는 게 티 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그냥 제 얘기를 편하게 하게 된 것도 제 공백기의 장점인 것 같기도 해요. 그전까지는 일절 저를 숨겼거든요. 꽁꽁 감싼다기보다는.. 제 얘기를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제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생각이 바뀌고 건강을 찾아가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제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예전엔 고슴도치🦔처럼 날이 서 있어서, 그랬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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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공백기에 혹시 이루고자 하는 것도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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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마라톤이요. 완주까지 하면 좋겠죠. 그리고 대학원 진학.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짧게 걸릴지,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 두 개에 집중을 하고 싶어요. 아, 일단은 대학원에 가려면 학비가 필요하니까 구직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내 이력서 한 장 받아라~📄" 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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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하는 대로 삶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분명 그렇진 않겠죠. 범죄심리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설령 졸업 후에 배웠던 과목들과 밀접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한번 배워보고는 싶어요. 왜냐하면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서 여러 사건들을 알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제가 그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학문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그걸 계기로 마흔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마흔 이후에는 이제 뭐 말씀드린 대로 그냥 살겠죠. 뭐 어떻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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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은 시기. 다른 분들이랑 비슷해요. “진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일종의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요. 40대에는, 혹은 그 이후에는 "또 다른 나"를 찾아야겠죠. 그리고 이건 TMI지만, 예전에는 되게 충동적이었는데 지금은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계획을 세우게 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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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도 잘 읽으셨나요?
인터뷰 신청을 망설이는 당신! 부담갖지 않으셔도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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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니트레터 구독 링크를 전달해주세요🌷
세상 모든 백수들아 모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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