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위로가 되는 공간,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연도부터 마음이 편한 공간 리스트를 적어보기로 했어요.
어디를 가긴 가야겠는데, 갈 곳이 없어서 누워있다가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지치기 일쑤였거든요.
사진의 헌 책방은 제이님이 니트생활을 하면서 자주 가셨던 곳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지 같이 읽어보러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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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제이님. 자기소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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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금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일을 쉬고 있을 때 제일 불안했던 부분이 이대로 도태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거든요.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심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내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 뭐라도 주어지면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주어진 미션은 아무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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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맞아요. 무업기간을 보내다 보면 혼자 표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기회를 찾아서 시도하기도 쉽지 않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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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창업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도와서 창업 경진대회 제안서도 쓰고, 회의도 하면서 보냈어요. 그렇게라도 에너지를 발산해야지 오늘 하루 의미 있게 살았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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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도치 않은 무업기간을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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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계약만료, 수습 기간 만료같이 비자발적 퇴사를 했던 거죠. 전혀 예상치 못한 퇴사도 있었어요. 금요일 저녁에 다음 주부터 안 나와도 될 것 같다고 해서 그길로 짐 싸서 온 적도 있고. 그때 그만두고는 6,7개월을 쉬었어요. 직장인으로 한창 열심히 일해보자! 할 때였는데 의도치 않게 공백이 생기면서 되게 불안하고, 초조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니트 생활자도 이때 알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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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헉. 당일통보라니...🥹 너무하네요. 그럼 몇 번의 공백기가 있었던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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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로는 세 번인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2,3개월, 계약직 끝나고 3개월, 그리고 그다음 직장에서 나오면서 한 7개월 정도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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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더 길어진 이유는 마음이 힘들어져서 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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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직장을 고르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완전 사회 초년생이면 짧게 일해도 괜찮으니까 아무 데나 가자, 했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첫 회사 생활을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취준이 길어지니까 불안해서 뭐든 해보자, 인턴십 같은 거라도 해보자 해서 3명밖에 없는 회사에 들어간 적도 있었어요. 그다음부터는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이직이 많아지면 그걸 또 안 좋게 보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갈 회사는 괜찮아야 돼, 아무 데나 갈 수는 없어 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길어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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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백기 동안에는 어떤 것들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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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논문을 써야 하는데 관심 있는 주제로 찾다 보니까 니트 청년에 대해서 써보고 싶어서 프러포절(proposal)을 발표했는데, 한 교수님이 놀고먹는 애들을 니트라고 하는 거야?라고 하시는데 너무 충격인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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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결국 주제를 틀어서 냈어요. 사실 주제를 틀게 된 이유는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도 있었는데, 다른 이유도 있었어요. 니트나 기본소득에 이해가 깊은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서 니트를 탈출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논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냐, 거기서 진짜 막혔어요. 한편으로는 니트 탈출 안 해도 돼요라고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저부터도 니트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학문적으로 어떻게 정의를 내릴지도 고민이 많이 되고, 논리적이고 정제된 말로 표현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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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하실 때부터 소셜 쪽에 관심이 있으셨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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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것 같아요. 대학교 재학 당시에는 한창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분위기였는데, 제가 재미있게 할만한 활동은 교육봉사였고, 그렇게 관심이 생겼다고 자소서에는 말하고 있고요 실제로는 취준할 때 입사지원을 여러 곳에 했는데 딱 한군데 붙었던 게 ngo였어요. 학부 때 이미 임팩트 펀드나 소셜 섹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넓은 영역에서 나는 ngo로 가야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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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도 소셜 섹터에서 일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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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은 NGO에서 모금 쪽 업무를 하고 있어요. 오늘도 일하다가 현타가 너무 많이 오고, 제약도 많고 고민도 많이 해야 되고. 내 시선이 아니라 평가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써야 하고, 비영리에서는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보지 않는데, 기업은 자본의 논리로 평가하니까 그 사이의 괴리가 있어요. 처음 재단에서 일할 때도, 기획안을 짜서 가져가면 이런 거 하는 거 좋아, 근데 명분이 뭐냐, 왜 필요하고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만나서 재밌고 즐거우면 되지, 억지로 취업률을 높이고 성과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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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아요. 사실 보여주기식 정책인 경우도 많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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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모든 세상이 일을 해야 돼!라는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일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는 게 새삼스럽게 놀라운 거예요.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게 다 돈이니까. 그리고 사실 '일'이라는 것 자체도 주변에 여러 사람들을 보면 소득이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경제적 이익이 없더라도 재밌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데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은 돈을 벌어라, 일을 해라라기보다는 돈을 벌어 라인 것 같아요.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존재하는 데 돈을 못 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게 화가 날 때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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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이 다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돈을 벌지 않으면 아예 평가대에도 오르지 못하잖아요. 저도 이런 부분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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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비영리에 다니긴 하지만 모금 업무를 하다 보니까 영리적인 계산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얼마나 돈을 벌어왔느냐가 되더라고요. 근데 꼭 단위가 큰 사업이 저랑 잘 맞는 건 아니잖아요. 품이 더 많이 들고, 지원 단위가 더 적지만 그래도 이일이 더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이어서 하고 있다 보면, 무언의 압박이 느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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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영리조직이면서도 영리에 가까운 업무네요.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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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부담스럽죠. 나한테 맞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 사실 전에 있었던 조직에서는 네가 하는 일들이 어떤 가치가 있냐는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명확하게 돈으로 카운팅 되는 일을 해보자 싶어서 온 건데 또 다른 난관이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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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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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 때 활동가의 존재를 인지했거든요. 아는 분이 청년협동조합으로 카페를 만드셨어요. 그래서 프로젝트 예산을 받았는데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일할 때 하던 프로젝트들 소소하게 만들어서 마을 주민분들하고 같이 했었어요. 대충 만든 포스터도 너무 좋다, 프로그램도 허술한데 너무 좋다, 결과물도 너무 좋다, 성공적이다 하시면서 소정의 활동비를 받았어요.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마음도 편하고, 하는 일의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일하면서 돈 벌어도 되겠는데? 굳이 회사 안 가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그때 조금 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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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업 기간에 해보셨던 것들 중에 제일 재밌었던 일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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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창업 준비 도와주던 게 사실 제일 재밌었어요. 회사에서는 회의를 하면 수용되지 못하는 느낌을 종종 받았거든요. 근데 친구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니까 아이디어가 쭉쭉 뻗어나가고, 아무도 제재하지 않으니까 이것저것 막 던져고 상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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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진짜 열심히 봤어요. 그전까지는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어쩌다 영화 한 번씩 보는 게 다였는데 직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너무너무 심했어요. 잔인한 영화를 잘 못 봤었는데 감각이 무뎌져서 잔인하고 무서운 걸 봐도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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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열심히 못 논거. 여행도 좀 더 가보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거든요. 금액이 크지 않으니까 사치를 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시간도 있고, 체력도 있고,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려면 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뒤로는 코로나 터지고 직장 생활 다시 시작하고 하면서 더 못 가게 되었거든요. 진짜 더 과격하게 놀지 못한 게 좀 아쉽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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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공백기를 맞는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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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늦잠을 자고 자기개발. 그래서 다시 공백기가 주어진다면 배우러 가고 싶어요. 운동도 좀 하고 싶은데 퇴근하고 할 수 있는 것들에 한계가 있으니까 선택의 폭이 좁더라고요. 등산도 하고 싶고 평일 낮에 한적하게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 출퇴근하면서 치이고, 회사 사무실에서 치이고 그러니까 공백기가 되면 저만의 방을 갖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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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 때 주변에서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진짜 많이 했어요. 회사를 안 다니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마음이 편하잖아요. 원래는 위염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을 달고 사는데 7개월간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미친 듯이 불안했어요. 밤에 잠들 때는 너무 불안한데 아침엔 늦잠 자니까 너무 행복해요. 이런 모순적인 시간이었어요. 좀 더 쉬고 싶으면서도 너무 불안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시간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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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니트레터 발행을 맡고 있는 토리, 문어빵입니다.
저희의 이름으로 직접 인사를 드리는 건, 아주 오랜만인 것 같네요.
니트레터를 발행하는 8개월동안 저희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하지만 니트레터를 찾아와주신 인터뷰이분들과 독자분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랍니다!
현재 인터뷰 진행은 종료되었지만 남은 인터뷰를 더 잘 정리해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어 한달 간 휴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가올 봄에 다시 만나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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