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작년의 제가 보낸 편지를 받았어요. 이런 건 영 익숙해지지 않지만, 부끄러움을 꾹 참고 편지를 읽다가 뭔지 모를 감정이 스치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불안이 더 클지, 그때의 내가 느끼는 불안이 더 클지 그건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한번 잘 쌓아볼게, 무너져도 남아있는 것들이 있도록. 그래서 다음번에 쌓을 땐 더 쉽고 튼튼하게 쌓을 수 있도록. 싱그러운 여름날에 보냄"
아직도 때때로 무너지고, 또 때때로 포기하고 싶지만 과거의 내가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래도 한 번 더 해볼 용기가 나는 것 같아요. 우리 조금 더 열심히, 스스로를 지켜봐요. 언젠간 봄이 오잖아요!
오늘은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글쓰는 빛새님의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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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빛새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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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빛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고요. 법적인 니트가 된 지 딱 2년 됐습니다. 2021년 2월부터 지금까지(인터뷰는 작년 12월에 진행되었습니다) 22개월 정도 되었네요. 그렇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 건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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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새님이 생각하는 실질적 니트상태는 2년보다 더 길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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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 기간엔 어쨌든 학생 신분이니까 니트 기간엔 들어가지 않지만, 뭘 해야 될지 몰라서 고민했기 때문에 포함을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원 이전에도 뭘 해야 할지 고민을 했으니까 군대 다녀온 이후부터 4-5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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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그 기간에 대해서 잠깐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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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쯤 그냥 PD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그 꿈이 사라지고 나니까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래서 고민이 시작됐는데 그래도 그때는 꿈이 없어도,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큰 공백기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대학교 마지막 학년을 다닐 때 그 고민이 더 심해져서 뭘 해야될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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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꾸준히 해왔고, 그 당시엔 가장 인정받는 콘텐츠 제작자가 PD였기 때문에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들어가 보니까 그 과정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더라고요.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생활이 순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좀 쉬다가 대학교 가서 이제 좀 열심히 해봐야지 하고 있는데 거대한 현실에 부딪히니까 그냥 저절로 힘이 빠지는 거 있죠.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100억짜리 수주 계약을 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갓 스무 살이 되었는데 너무 큰 벽에 부딪혔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도 힘들었고, 그렇다고 혼자 공부하는 것도 그것도 자신이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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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거에 더 매달렸으면 더 아쉽고 힘들었을 텐데 빨리 포기해서 다행이었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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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아요. 빨리 포기하는 것도 장점이 있죠. 그럼 진로 고민을 하시다가 대학원에 가게 된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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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일단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사회로 나가서 잘 살아야 하지 않겠니라는 압박도 있었고, 근데 나갈 자신이 없었어요. 왜냐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거의 사회생활을 안 했거든요. 내향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포기한 것도 있었고, 일부러 피한 적도 있었어요. 자신도 없는데 압박까지 받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도저히 모르겠는 거예요. 그 상황에서 더 이상 어떤 선택으로 나아가질 못하겠으니까 피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갔어요. 그때는 제가 게을러서 안 하고 싶어 하고, 포기한다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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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학교폭력도 당했고, 그때 이후로도 고등학교 1~2학년까지 계속 친구 없이 보내고 혼자서만 지내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사람이 싫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을 거쳐서 대학교에 갔는데 대학교에서는 오히려 더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1학년을 좀 구워삶아서 행사를 진행하는 게 많잖아요. 그런 특유의 분위기까지 얹히니까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못 살겠는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되었죠. 그래서 도망치듯 대학원에 갔는데 대학원 생활도 녹록지는 않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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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원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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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써야햐는 2학년 때 코로나가 터져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져서 정말 감사했지만 그 전에는 좀 힘들었죠. 왜냐하면 대학원은 교수님을 받들어야 되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것도 있고, 나는 여기에 안 있을 사람인데 왜 이 사람들과 얘기해야 되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또 독일 유학을 준비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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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원을 한 번 더 가려고 계획하셨던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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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 그냥 목적 없이 준비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어느 대학교를 가야 되는 건지, 어느 공부를 해야 되는지가 또 막히는 거예요. 그래서 언어 공부를 한 1년 정도 하다가 포기해버리고. 저도 나름대로 헤쳐나가느라고 힘들었죠. 그때는 대학원을 또 중퇴하고 도망치면 부모님 뵐 면목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대학원 석사까지는 해내고 그다음 스텝을 밟아보자 이렇게 됐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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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신 대학교의 대학원으로 진학한 이유도 있어요? 보통 바꿔서 많이들 진학하잖아요. 사람들과의 관계가 질렸으면 더더욱 생각해 볼 만했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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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약간 독일 계열의 방송이나, 영화 쪽에도 관심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쪽 전공 교수님이 의외로 저희 학교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 교수님 때문에 남은 거지 그 모습 또 보기는 솔직히 싫었죠. 같은 대학교를 거의 10년 다닐 줄 알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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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미디어 쪽에 관심이 있으셨군요. 관심사가 꾸준히 콘텐츠 쪽에 있네요! 지금도 그렇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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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나 이런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때는 잠깐 영화 평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서 준비를 했었는데 언어가 진짜 빡세고, 그다음 과정도 장난이 아니었어요. 첫 번째 벽인 언어를 마스터하지 못해서 거기서 딱 부딪혀버렸죠. 유학을 포기하고 난 뒤에는 졸업에만 집중해서 일단 졸업이라도 해 놔야 하니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논문을 써서 졸업을 했어요. 보통 1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 데 5개월 걸렸어요. 죽는 줄 알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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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이제 그 이후가 오피셜한 니트기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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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2021년 2월에 딱 졸업을 하고 드디어 기나긴 학업의 에스컬레이터를 끝내고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나오면 다 될 줄 알았어요. 구직을 하면서 그나마 배웠던 거랑 관련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마케팅 쪽 직무를 꽤 많이 찔러봤어요. 그나마 되고 싶은 데는 안 되고, 안 가고 싶은 데는 되었어요. 경험 삼아 가보라고 해서 면접을 봤는데 과연 이런데서 일을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몇몇 회사는 좋게 대해주시긴 했는데 떨어지고, 기회를 날려먹고 여러 가지 고민을 좀 했죠. 100개, 150개씩 지원을 하면 한 3-4개정도 면접을 봤는데 면접을 갔다 와도 "축하합니다" 이런 메세지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 생활을 상반기, 하반기에 두 번 하니까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해서 올해(2022년)은 안식년을 삼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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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식년 치고는 너무 바쁘셨던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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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식년이라기보단 그냥 구직을 포기했죠. 너무 힘들었어요. 몇십 개 몇백 개를 하다가 서류에서 합격해도 면접장에서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과연 회사에 들어가서 얻을 게 있는가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저보다 사장님이 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제가 얘기를 하는데 면접을 진행할 겨를도 안 보이고 그냥 대충 보고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여러 가지로 허무했죠. 1년을 그러고 나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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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기에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어요. 돌아보니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은 있는데 실행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톡이나 할까>를 보게 됐어요. 그 뒤로 니트 생활자의 문을 두드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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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베스트먼트 1기(줄여서 인베) 막상 참여하고 좀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이미 컴퍼니에 참여하고 인베스트먼트 참여하신 분들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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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인베가 엄청 힘들었어요. 지역은 멀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인사하면서 뭐 같이 하자고 그러지. 이미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오프라인 모임에 들어갔는데, 12주간 자기 아이디어를 실행시켜보라고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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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허허. 컴퍼니랑 비슷한 프로그램일거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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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프로그램 오픈이 컴퍼니 - 인베스트먼트 순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심연에서 빠져나와보니까 컴퍼니 지원 기간이 이미 끝나있어서 인베스트먼트를 들어갔죠. 인베스트먼트는 사실상 각자도생이잖아요. 그래서 인베 안에서 할 수 있는 커뮤니티성 활동들을 더 찾게 된 것 같아요.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티 활동이 그거였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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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준히 브런치를 올리셔서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신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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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하기로 했던 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원금도 어떻게 쓸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백그라운드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거기에 투자를 하게 되었죠. 투자를 받았으니까 열심히 한번 써봐야지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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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백그라운드에 쓰셨네요. 식탁보 구매하고 사진 배경으로 쓰셨잖아요.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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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먼츠 참여 전에 이미 브런치 계정이 있었어요. 힘들게 뚫어 놨으니까 그걸 활용해서 글이라도 써보려고 했죠. 글을 쓰면서 어떻게든 표현을 하니까 쌓였던 감정이 해소됐던 것 같아요. 그래도 외로웠던 와중에도 잘 수행하면서 전반기를 버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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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런치 메인 페이지에도 소개됐잖아요! 인베스트먼트 단톡에 자랑도 하시고! 사실 그래서 내향적인 분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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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시작한 일이니까 첫 성과를 공유하는게 맞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거기 아니면 사실 알릴만한 다른 곳도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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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해 보니까 어때요? 인베스트먼트 두 시즌을 전부 참여해 봤는데, 시즌 2가 더 수월하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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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그래도 시즌 1을 해봤으니까 편했고, 좀 일의 범위를 넓혀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컴퍼니를 병행한 것도 좀 컸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걸 수도 있는데 니트컴퍼니를 하면서 장소는 다 다르지만 비슷한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거기서 받은 안정감을 기반 삼아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업무로 다이어리 쓰기도 해보고, 컴퍼니 하면서 맺은 관계들이 확장돼서 인베스트먼트 2에서 실험을 할 수 있었어요. [뭐라도 쓰겠지] 같은 경우에는 컴퍼니에서 사내 클럽으로 테스트해 본 거니까, 비슷하면서도 다른 환경이었기 때문에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굉장히 큰 변화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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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퍼니를 통해서 인베스트먼트의 프로젝트도 확장된 면이 있는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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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가 커진 것도 있고, 시즌 1에 비해서 사회적인 관계가 많아졌으니까 이 정도의 액션을 취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과감하게 도전을 해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시즌 1은 뭐가 뭐인지도 모르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한 적도 많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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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새님이 예전에 우울증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잖아요. 불현듯 깨달은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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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부터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이런 세상에 살기 싫어요 하면서 찾아갔다가 마음을 정리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사람에 대한 기대도 좀 내려놓으면서 다른 사람 탓하지 않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예전에 이런 상태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어떤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딱 예전의 제 모습을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불과 3~4년 전의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싫어하고 실패나 허무주의에 절어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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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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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큰 사건 하나로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잘한 실패가 너무 넘치다 보니까 어느순간부터는 그 벽을 뚫지 못하고 점점 쓰러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의 경우엔 10대때 한번 꺾이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작은 실패들이 누적되면서 자신감을 잃어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30대가 되었고, 겉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손을 써보려고 심리상담도 하고, 구직활동도 멈추고 니트생활자를 찾아왔던 거죠. 처음 내일설명회때 제 모습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진짜 얼어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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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나요. 그 때 빛새님 발표 전 순서가 저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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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뭔지도 모르겠고, 온 지 10분 됐는데 두 번째 순서로 발표하라고 하고. 근데 또 갑자기 옆에 앉으신 분이 자기랑 뭘 같이 하자고 하시는거예요. 그럼 사람이 놀라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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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라디오(청년A)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처음 받으셨군요. 생생니트통 보고 같이 하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빛새님은 자기를 표현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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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이 닫혀있었는데도 저를 표현하는 거에 대해서는 엄청난 집념을 가졌던 것 같아요. 2007년쯤 노홍철 씨가 방송에 나오면서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걸 보고 엄청 부러웠어요.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나게 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는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오래 다녔던 교회에서 연극 대본을 쓴다거나 출연을 하기도 했죠. 오디오 녹음하는 것도 그래서 끌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거절을 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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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죠. 처음 보는 사람의 제안을 수락하기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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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처음 본 사람이어도 거리낌 없이 수락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던 거죠. 시즌 1 마지막에 참여했던 <대본을 보라>라는 팝업 커뮤니티 활동도 좋았지만, 청년A에선 저를 꾸준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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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2022년의 니트생활자의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었는데, 이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해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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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뭘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콘퍼런스 때 어떤 분이 북 페어같이 나가자고 하셔서 니트 출판 협동조합 한번 꾸려야 하나 이 생각도 하고있고, 아니면 내년엔 서른하나니까 알바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사회에 나가봐야 하지 않을까. 진짜 무섭고 힘들지만 그래도 안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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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컴퍼니 하면서도 얘기 한 적 있는데, 알바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2-3일 동안 엎드려서 잠만 잔 적도 있고, 면접을 갔다 왔는데 전날부터 너무 긴장을 해서 온몸이 떨리고 마비 증상이 올 정도로 긴장을 하다가 갔다 오고 너무 못한 것 같아서 후회만 한 적이 있어요. 이 정도로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이제 살아남으려면 작은 일이라도 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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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을 하면서 봤던 빛새님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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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다시피 한 사람이었고, 그렇게 살면서 내적인 에너지를 깎아먹는 사람이었는데 여기서 얻은 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경험이잖아요. 그러면서 조금은 오픈 마인드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 싫어하고 혼자 있는 걸 지독하게 좋아했는데 그랬던 사람이 매번 여기 와서 잘 지냈냐고 스스럼없이 인사했던 게 스스로도 놀라웠어요. 또, 새로운 집단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 참여하면서 저의 장점이나 단점을 발견하고, 나를 이렇게 좋게 봐줄 수도 있구나, 내가 긍정적인 사람으로도 인식될 수 있구나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던 부정적인 시각을 걷어들일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올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콘퍼런스 마지막에 급하게 내려가느라고 흐지부지 끝난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1년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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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새님이 꿈꾸는 빛새님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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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뭘 해보려고 해도 놀림감이 되고, 부정당하면서 억눌렸던 시간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구김살을 펴고 제 모습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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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들으면서 궁금한 게 생겼는데, 자신을 표현하는 게 좋은 이유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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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제 모습을 꾸며내려고 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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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를 생각해 보면, 반찬 한 가지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게 힘들고 지루할 수도 있는데, 거기에 담겨있는 혹은 관련된 저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제가 어떤 삶을 살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둘러볼 수 있었어요. 7개월 정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사소한 주제지만 그 기간 동안의 상황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내뱉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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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공백기란 영점 조정인 것 같아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공백기였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고민하고, 앞에 있던 장애물들을 치우고 마음의 짐도 줄이는 과정을 겪었어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잡기 위한 영점 조절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사격을 하려면 앞에 있는 장애물도 치워야 하고, 총도 조절해야 하고 목표물 조준도 해야 하듯이 길었던 공백기는 그동안 미루어왔던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기가 아니었나. 그리고 이제는 길었던 고민의 시기를 끝내고 조금씩 초점을 맞춰가는 과정이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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